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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베르스의 역설
'낮이 밝은 것은 태양이 있기 때문이며 밤이 어두운 것은 해가 저물어 태양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밤하늘에 별과 달이 있긴 하지만 태양에 비해 매우 어둡습니다.'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있고, 이 우주가 어두운 것은 생각해보면 몹시 이상한 일입니다. 이 수많은 별이 각각 작다고 해도 빛이 나는 이상, 밤하늘의 빈틈 없이 별이 겹겹이 있으니 온 하늘이 별로 꽉 채워져 밝게 빛나야 할 것입니다. 이 모순은 18~19세기 독일의 천문학자 하인리히 올베르스의 이름을 따서 '올베르스의 역설'으로 불려왔습니다.
2. 이론적으로 밤하늘은 밝아야 한다
먼저 별의 밝기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태양이 다른 별에 비에 매우 밝은 이유는 태양이 특별한 성질을 지녀서가 아니라 우리와 아주 가까이에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의 밝기(겉보기 등급)는 마이너스 27등급입니다. 별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로는 겉보기 등급 외에 '절대 등급'이 있습니다. 이는 모든 항성을 32.6광년의 거리에 나란히 놓고 비교했을 때의 밝기를 말하며, 숫자가 작아질수록 밝아집니다. 태양의 절대 등급은 5등급으로 아주 평범한 편에 속합니다.
별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아무리 밝은 별이어도 멀리서 보면 평범한 밝기가 되는 것이죠. 똑같은 별을 가까이서 본다면 아주 밝아질 것입니다.
하늘 전체에 있는 별을 생각해보겠습니다. 하늘이 어두운 곳에서 시력이 좋은 사람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밝기는 겉보기 등급으로 6등급 정도입니다. 6등성까지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총수는 하늘 전체에서 5,600개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땅 위에 절반이 보이므로 달빛이 보이는 밤에는 3,000개에 가까운 별이 육안으로 보입니다.
올베르스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지면 별 한 개의 밝기는 어두워지지만, 별의 수는 똑같은 비율로 늘어나므로 밤하늘은 밝아야 한다' 이는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밤은 어둡습니다. 왜 이런 모순이 일어날까요?
3. 다양한 학설들
이에 대한 가장 단순 명쾌한 설명은 모든 항성이 지구를 중심으로 줄지어 있다는 설입니다. 즉, 앞에 있는 별 뒤에 또 다른 별이 숨은 것처럼 별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는 발상입니다. 하지만 지구가 우주의 중심은 아니며 별이 그런 식으로 줄지어 있을 이유도 없기 때문에 그 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다른 설은 이렇습니다. 별빛이 지구에 닿기까지 점점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우주 공간은 완전한 진공 상태가 아니라 가스와 먼지가 흩어져 있어서 별빛을 조금씩 흡수하거나 산란합니다. 하지만 이 물질들은 은하를 따라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가시광선으로는 이 방향으로 멀리 내다보는 것이 어렵지만, 은하 이외에는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이 설만으로는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4. 도플러 효과
학창 시절 물리 수업 시간에 '도플러 효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음파나 전자파(빛)를 내보내는 물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신 쪽으로 가까이 올 때는 파동의 폭이 좁아져서 파장이 짧아집니다. 반대로 자신에게서 멀어져 갈 때는 파동의 폭이 넓어져서 파장이 길어집니다. 이것이 도플러 효과입니다.
만약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우리 쪽으로 가까이 오면 사이렌 소리가 크고 높아지는 반면, 구급차가 눈앞을 지나쳐 멀어져 갈 때는 소리가 작아지면서 낮아집니다. 이처럼 별빛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의 팽창으로 별들이 멀어진 탓에 우주에 빠른 속도로 풀려난 빛은 지구에서 보면 파장이 길어져서 빨갛게 보입니다. 우주의 팽창 때문에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파장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눈이 마이크로파까지 감지할 수 있다면 올베르스가 말한 대로 밤하늘은 밝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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